Tsunesaburo
Makiguchi

지리학자 Geographer

인도적 경쟁

인생지리학 제2부에서는 인간과 국토가 상호 교류하는 공간으로서의 자연에 관한 분석, 대기와 날씨 같은 무생물체를 시작으로 식물과 동물, 인간 등의 유생물체에 관한 검토가 이어진다. 제3부 ‘인간이 지구를 무대로 벌이는 다양한 활동과 현상’에서는 분업, 다양한 생산활동의 장소, 국가, 도시, 마을의 본질을 포함한 인간사회 조직을 살펴본다. 3부 마지막 장에서 마키구치 선생님은 국가의 본질 및 인간사회에서 발생하는 경쟁의 역할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분석한다.
마키구치 선생님이 살던 시대는 절박한 경쟁 시대였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는 세계 열강국가들의 세력확대와 식민지 수탈로 인한 경쟁이 심화되던 시기로, 다윈의 ‘경쟁’, ‘적자생존(適者生存)’ 논리는 유럽의 이른바 '강한 인종'이 '약한 민족'을 지배하고 식민지로 삼는 것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되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일본에서도 고조되어 아시아에서 일본제국주의 확대 정책이 정당화되는 역할을 했다. 1903년 인생지리학이 출간되었을 때, 일본과 러시아 사이에는 전운이 감돌았고, 많은 일본인들이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생존경쟁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많은 학자들과 지성인들조차도 노골적으로 열렬하게 전쟁에 동조했다.

1900년대 초, 소학교 학생들(위키미디어 공용)

이러한 상황에서 마키구치 선생님은 경쟁의 논리에 의문을 던진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경쟁 개념을 전환, 상생을 위해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마키구치 선생님은 인류사를 조감하며, 생존경쟁은 군사적, 정치적, 경제적 경쟁을 거쳐 앞으로는 “인도적 경쟁”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단순히 경쟁의 공간 혹은 형태의 변화가 아닌, 질적인 변혁으로 ‘승자독식’의 구조에서 모두가 협력하는 구조로의 변환을 의미한다. 요즘 표현으로 “윈윈(win-win)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인도적 경쟁’을 위한 간단한 공식은 없다. 무릇, 정치, 군사, 경제 등 모든 활동은 인도주의적 원칙에 입각해 실행되어야 한다. 이기적 동기는 제쳐두고,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 또한 지키고 타인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 타인을 이롭게 하는 일이 결국 자신을 이롭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의식적으로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인생 자세를 의미한다. [1903]1

1903년 초판 발행 이후, 1909년 추가 자료를 보충한 개정판 및 비공식 중국어판 등 총 11쇄(刷) 출간된 인생지리학은 일본 지리학 연구에 중대한 영향을 끼쳤다.

  1. 1마키구치 쓰네사부로 전집 (일본어) 제삼문명사, 2권 39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