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금 중에 마키구치 선생님은 열흘에 한 번씩 한 장의 엽서만 쓰도록 허가 받았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선생님이 얼마나 깊고 확고한 신심을 지녔는지 알 수 있다. 또한 불법에서
설하는 ‘업보’의 가르침에 비추어 자신의 시련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해하려고 한 모습도
역력히 드러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마키구치 선생님의 종교적 해석은 결코 현실로부터
동떨어지지 않았다. 실제로 외부와의 소통이 극도로 제한된 상황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선생님은 가족과 창가교육학회 회원들의 현실상황에 깊이 관여했다.
1939년, 마키구치의 셋째이자 마지막으로 생존했던 아들 요조가 이나바 사다코와 결혼했다.
요조는 1942년에 징집되었기에, 마키구치 선생님이 감옥에 있는 동안 집에 남아있던 가족은
선생님의 아내 쿠마 여사, 며느리 사다코, 세 살배기 손녀 요코뿐이었다. 주로 편지를 받은
사람은 며느리 사다코였고, 며느리를 통해 마키구치 선생님은 자신의 법적 상황, 친구와
가족의 안녕, 손녀의 성장 등에 관한 소식을 들었다. 또한 선생님은 끊임없이 자신에
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며느리를 안심시켰고, 늘 불법의 관점에서 어려움을
이해하도록 다독였다.
사다코, 보내준 침구, 담요, 잠옷 등 7가지 물건을 오늘 받았다. 고맙구나. 얼마나 힘들었을지 다 알고 있단다.
그 동안 배가 아파 고생하고 있었는데, 그 원인이 아마도 이곳이 밤에 추워서가 아닐까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다행히도 네가 보내준 물품을 받아서 기쁘구나. 이달 11일 내가 보낸 편지가 아직 발송되지 않았다고 검사 한 명이 얘기하더구나.
그 사람이 나의 가치론을 이해해 줄 만큼 친절하다는 내용을 편지에 적었기에 편지가 검열관에게 보내졌지만, 검열관은 예외적으로 편지를 통과시켰다. 그들이 공감해주고 이해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앞으로도 감기는 물론 먹는 음식도 조심하고, 이 병이 낫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이곳 생활은 경시청에서의 생활과는 상당히 다르단다. 각자 다다미3칸 크기의 방에서 살고 있는데, 책도 읽을 수 있단다. 편안하고 부족한 게 없구나. 그러니 나에 대한 걱정은 버리고 집에 있는 가족 모두를 잘 보살펴다오. ... 이 비상시기에 우리 모두 특히 적절한 식사와 옷차림에 주의하고, 따뜻하게 지내도록 하자. 최근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보통 이맘때쯤이면 감기에 걸리곤 하지. 혹시라도 감기에 걸리면, 잊지 말고 따뜻한 물병을 사용하고, 아무쪼록 빠르게 치료해야 한다. 요코는 잘 지내니? 요코를 못 본지 석 달이 되어가는구나. 얼마나 컸을지 상상해본다. 요코를 잘 돌봐주거라.
독방에서는 여러 가지를 사색할 수 있기에 실제로는 더 나은 곳이 되기도 한다. 나는 아침저녁 근행에 덧붙여 특별 창제를 시작했는데, 멈추지 않고 계속 실천하고 있단다. 아마 요조는 내가 직접 자기한테 편지를 쓰지 않아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거다. 부디 요조에게 나는 건강히 잘 있다고 안심시켜주고, 평소와 다름없이 활동하느라 바쁘다고 이야기하거라. 대부분의 사상범들이 여기로 보내져 인원이 많아 심문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하니, 당분간 이곳에 머물게 될 것 같다. 부디 인내심을 가지고 나를 기다려다오.
우리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심(信心)이다. 지금의 이 어려움을 커다란 불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대성인이 겪고 견뎌낸 일에 비하면 지극히 미미하다. 이 사실을 분명히 납득하고, 그 어느 때보다 신심을 강성히 해야 한다. 헤아릴 수 없이 광대하고 방대한 공덕(功德)의 인생을 살고 있기에, 지금의 상황을 결코 원망하거나 한탄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의 체험을 통해 나는 분명히 알고 있다. 법화경과 니치렌 대성인 어서에 씌어있는 ‘변독위약(變毒爲藥)’의 가르침대로 독은 반드시 약이 된다. 1
이후 편지에서 마키구치 선생님은 사다코에게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답장을 쓰라는 충고를 반복한다. 그리고 편지내용의 검열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항상 날짜를 기재하라고 이야기한다.
헤이와 식품회사의 이시다 씨를 만나보았니? 아니면 못 가봤니? 네가 그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일은 어떻니?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너의 생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내 편지를 주의 깊게 읽고, 내 질문과 요청에 빨리 답해다오. 부탁했던 ‘아카호 기시’ 및 집에 있는 책을 보내주면 좋겠다. 만일 보내줄 수 없다면, 그 이유를 분명하게 답해다오. 고구리씨와 오하라씨는 집에 언제 방문했니? 오하라씨는 아내와 화해했을까, 아닌가? 너를 꾸짖는 게 절대 아니란다. 자세한 설명도 필요 없단다. 답장을 쓸 때, 간단하고 자연스럽게 답해주거라. 감정적일 필요도 없고, 정성을 다할 필요도 없단다. 집안의 음식 배급 사정과 요코가 잘 놀고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만 하거라. 어떤 변화가 있는지 알고 싶어서 그렇단다. 최전방에 나가있는 사람들도 나와 같은 마음일 게다. 편지를 보낼 때, 진부한 격식은 필요 없으니 구체적인 사실만을 이야기해다오. 2
- 1마키구치 쓰네사부로 전집10권 (일본어판), 제삼문명사 277쪽~278쪽
- 2마키구치 쓰네사부로 전집10권 (일본어판), 제삼문명사 28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