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구치 선생님의 첫 근무지는 홋카이도 사범학교 부설초등학교였고, 가르친 과목 중 하나가
지리학이었다. 선생님은 지리 수업을 통해 이 상반되는 두 개의 세계관을 조화롭게 풀어가고자
시도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리는 지구상의 다른 지역은 배제하고 자신이 살고 있는
국토에 대한 편협한 집착, 즉 모국(母國)의 우월성에 대한 경솔한 헌신을 불어넣는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 실제로 19세기 일본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에서 지리 교육에 부여한 역할은
바로 이것이었다.
마키구치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역동적이면서도 비판적인 세계관을 배양하는 수단으로써 지리
교육에 관심을 가졌다. 또한 학습자가 지리적 특징과 인간의 활동 간 관계의 근간이 되는
원칙을 확실하게 이해하는 데 주목했다. ‘보편적 원칙을 향한 탐구’ 이 중대한 프로젝트는
마키구치 선생님의 일생에 걸쳐 다양한 형태로 전개 발달하게 된다. 1903년 인생지리학 출간은
그 첫 번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인생지리학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국토-인간활동의 현장 (2)자연-인간과
국토가 상호 교류하는 공간 (3)인간이 지구를 무대로 벌이는 다양한 활동과 현상
마키구치 선생님에게 있어 지역사회는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현장인 동시에 전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관찰지점이기도 했다. 마키구치 선생님은 신중한 관찰을 통해 학습자가 지역사회 내에서 국가 및 국제사회의 주요 측면과 요소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고 믿었다.
비록 내가 이 책에서 논하고자 하는 물리적 환경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세심하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주변 환경을 관찰하면 배우고 탐구해야 할 것들이 무한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광대한 우주의 모습과 상태는 가장 작은 땅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따라서, 조그맣고 외딴 마을에서 발견하는 예를 통해, 거대하고 복잡한 전 세계 국가의 지리 또한 개략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만일 우리가 지역사회의 지리, 즉 한 동네 혹은 마을의 현상을 명확하게 이해한다면 모든 국가의 지리 또한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리학에서 올바른 연구 순서는 먼저 지역사회를 철저하게 관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일반적 지리 현상에 적용할 수 있는 원칙을 끌어내고 정리하는 것이다. 그 누구도 이 과정을 지리학에서 너무 흔한 기초과정이라고 가볍게 보거나 경시해서는 안 된다. [1903]1
- 1마키구치 쓰네사부로 전집, (일본어) 제삼문명사, 제1권 23쪽